면접장에 들어갔을 때, “당신을 주방용품에 비유한다면 무엇입니까?” 혹은 “서울 시내에 있는 중국집 전체 하루 매출은 얼마일까요?” 같은 소위 ‘창의성 테스트’ 질문을 받고 당황했던 기억,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수많은 면접을 진행하고 또 지켜봐 온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질문들은 지원자의 순발력을 볼 수는 있어도 직무 적합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종종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사람을 뽑아놓고, 정작 업무 현장에서는 실망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오늘은 조직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형식의 TED 강연, ‘면접의 재구상(Reinventing the job interview)’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채용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1. 엉뚱한 질문과 잘못된 선발의 고리
애덤 그랜트는 면접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비효율을 꼬집습니다. 면접관의 기분이나 편견, 혹은 앞서 언급한 엉뚱한 질문들이 어떻게 훌륭한 인재를 걸러내고, 오히려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을 선발하게 만드는지 설명합니다.
특히 면접관이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닮은 사람을 선호하거나, 단지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은 ‘잘못된 긍정(False Positive)’ 오류를 범하게 만듭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손실이며, 지원자 입장에서는 불공정한 기회 박탈입니다.
2. 이력서보다 중요한 것: 실력 검증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력서나 자격증을 과감히 무시하고 면접을 재설계한 리더들의 사례입니다. 그들은 지원자의 배경(Pedigree)보다는,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Skill)을 검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 오디션 방식의 도입: 마치 연주자를 뽑듯, 코딩 테스트나 실무 과제를 통해 실제 결과물을 보고 판단합니다.
- 구조화된 인터뷰: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직무 관련 질문을 던지고, 사전에 정의된 기준에 따라 평가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면접관의 주관을 배제하고, 알고리즘처럼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애덤 그랜트는 채용 결정을 내릴 때 사람의 직관과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맞춰야 할지도 탐구합니다.
3. 면접관과 지원자가 모두 들어야 할 이야기
이 강연은 단순히 인사담당자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나를 평가하는 회사가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그 회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원한 회사가 여전히 엉뚱한 수수께끼 질문만 던지고 있다면, 그곳이 정말 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분의 실무 능력을 집요하게 검증하려 한다면, 그곳은 ‘진짜 실력’을 존중하는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더 깊은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애덤 그랜트의 오디오 강연을 직접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행하던 면접의 판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신선한 충격을 받으실 겁니다.
애덤 그랜트의 WorkLife: 면접의 재구상 (Reinventing the job interview) 바로가기
결국 면접은 ‘최고의 연기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동료’를 찾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이 본질을 기억한다면, 면접은 더 이상 서로를 속고 속이는 게임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